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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 나의 친애하는 적 중에서

시사, 문화 이야기

by 콩설기맘 2017. 3. 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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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흔 살에 가깝게 된 지금에도

나는 그 거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너무 다가가면 아픈 일이 생겼고

너무 떨어지면 외롭기 짝이 없었습니다.

 

가장 적절한 거리를 찾기 위해

겨우 떠올린 건 상대를 존경할 만한

적장처럼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가까워지면 속을 모조리 내보여버리는 버릇이

쉽게 고쳐 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서둘러 벽을 허물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상대가 서운해하고, 서운해하는 상대를 보며

내가 미안해하는 가장 어려운 순간만

견뎌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친애하는 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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