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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Re 김용재 대표 인터뷰

시사, 문화 이야기

by 콩설기맘 2017. 10. 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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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재직 시절인 2013년 5월 28일. 뉴욕시 교육청은 노리(KnowRe)라는 회사가 학생들 간의 학업성취도 격차를 메울 소프트웨어를 선정하는 갭앱챌린지(Gap App Challenge)에서 1등을 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9월 이 회사는 소프트뱅크에서 30억원 등 총 7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도대체 노리가 어떤 회사이고 오너는 누구인지 궁금해 찾아갔다. 서울 반포에 있는 노리 사무실엔 젊은 임직원들로 가득했고 외국인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김용재 대표는 스포티한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김 대표는 “노리는 한마디로 과외선생 같은 온라인 수학공부 서비스 회사다. 이미 컴퓨터 기반 수업이 보편화된 미국 학교에 수학교육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며 회사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노리의 수학교육 프로그램 한 대목을 시연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니 다양한 카테고리의 수학 레벨이 나왔다. 대수(algebra) 첫 번째 단계를 클릭하니 섬나라 지도 모양의 게임 초기화면 같은 게 떴다. 배울 부분을 클릭하니 만화로 이번에 배우는 게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이 나왔고 이어 문제가 시작됐다. 문제를 풀면 다음 문제로 넘어갔고 틀리면 그 문제 전 단계 지식을 갖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문제로 넘어갔다. 그것조차 풀지 못하면 그전 단계 기초를 묻는 더 쉬운 문제가 나왔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의 실력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지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구성됐다. 한마디로 방정식 풀 때 과외 선생님이 옆에 있다가 인수분해를 못하면 인수분해를 가르쳐주고, 배수나 곱셈이 부족하면 그 부분을 꼽아서 가르치는 식이었다.

“딱딱한 수학을 게임처럼 재미있게 풀도록 첫 화면부터 맵(지도)으로 시작했다. 문제가 틀렸을 때 왜 못 풀었는지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어떤 개념을 잘 알고 어떤 것을 모르는지 평가한다. 문제가 틀렸을 때 그 문제를 하나하나 구조적으로 쪼개 전 단계의 쉬운 것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학생의 기초실력을 점검하는 것이다.”

문제를 풀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몇 번 틀렸는지 분석해 선생님이 학생마다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를 파악해 수업을 하면서 개인지도까지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또 학생별로 수준에 맞는 과제를 낼 수도 있고 예습 복습 지도도 할 수 있다. 기초실력이 있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수학 교육의 특성을 완벽하게 살려낸 것이다. 김 대표는 “학생들이 수학에 재미를 갖고 공부할 수 있게 성취도에 따라 별이나 코인을 주어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다. 지루하지 않게 게임 요소를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언론이 주목한 교육방법

노리의 혁신적 수학교육 소프트웨어는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됐고 올해는 미국 유수의 기술잡지인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가 선정한 세계의 혁신적 교육회사 톱5에도 들었다. 세계적 투자회사가 노리에 자금을 지원하는 이유다.

노리는 2014년 2월 이 프로그램을 미국에 론칭해 현재 50개 중고교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학교로부터 매년 학생수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사용료로 징수하게 된다. 김 대표는 2014년은 시작이었고 본격 매출은 2015년부터 발생할 것이며 2016년께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2015년에 론칭하고 중국은 2016년에 진출할 방침이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 모두 수학교육 방식은 동일하기 때문에 언어만 바꾸면 순식간에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리가 미국회사 된 이유

미국서 먼저 론칭했기에 외국 유학 경험이 있냐고 물었더니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이라고 했다. “2002년 대학 졸업 후 딜로이트에서 컨설팅을 시작했다. 이후 AT커니에서 일하다가 2008년에 창업했다.” 컨설팅 회사가 한창 잘나갈 때였는데 그걸 뿌리치고 나온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컨설팅 회사에 있을 때인 2005년부터 대상과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때 회사 후배 중에 서울과학고 출신이 있었다. 한국에선 진짜 수학, 과학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 곳 아닌가. 그에게 수학교육의 혁신적 서비스를 하고 싶다며 동문 홈페이지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참여를 부탁하는 공고를 내 달라고 했다. 10명이 나왔다.

그들과 스터디를 시작했다. 주말마다 미팅을 거듭해 6개월 뒤 회사를 차렸다. 판매사업이 아니라 의미 있으면서 소비자가 돈 아끼지 않고 사는 서비스를 찾았다. 영화, 음악, 게임, 교육 등의 얘기가 나왔는데 그중 교육으로 정했다. 영화나 음악, 게임은 이미 진보적 기업이 많았는데 교육은 100년 전과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반 교육으로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를 나온 그는 그해 대치동에 ‘수학의 눈’이란 학원을 차리고 수학교육 컨설팅 사업에 착수했다. 새로운 수학교육 방법을 찾는 동안 수학공부법 교재도 3권이나 냈다. 거기서 4000명 가까이 가르치며 수학교육 노하우를 확보했고 그걸 바탕으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그는 “수학교육은 과외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과외할 때 옆에서 바로 설명해주는 방식을 디지털화했다. 과외선생님 모델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초기에 학원은 예상보다 잘돼 수입이 쏠쏠했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빠져들지 않았다. “사업의 꿈은 학원장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의미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학원은 경로였을 뿐이다. 다행히 초기엔 학원 운영으로 연구개발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연구개발을 하는 동안 평균 7명 정도 인력에 연간 2억~3억원을 투자했다. 2012년이 되니 학원에 신경 쓰기가 어려워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기로 하고 투자유치를 받았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미국에서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12년에 데모 버전을 만들어 NCTM(미국 수학교사 연합회) 콘퍼런스에 들고 갔다. 수학교사 6만여 명이 참여하는 엄청난 행사다. 거기서 전시를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확신을 갖고 투자를 받아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섰다.” 김 대표는 당시 자신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재미교포 데이비드 주와 함께 콘퍼런스에 갔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에 있던 데이비드 주는 그 전시 후 월급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 회사에 합류했다. 가능성을 보고 모험을 한 것이다. “공동창업 멤버는 데이비드 주를 포함해 모두 5명이다. 데이비드 주는 미국서 마케팅과 세일즈를 총괄하고 나는 한국서 연구개발을 총괄한다.” 노리는 그해 4월 엔젤투자로 4억원을 받았고 이어 12월 소프트뱅크에서 1차로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 돈으로 공격적으로 실제 버전 개발에 나서 2014년 드디어 첫 판매를 시작했다. 그에게 한국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미국에 먼저 론칭한 까닭을 물었다. “2011년에 한국 론칭을 고민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런 공부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부터 나갔다. 수학 콘텐츠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학생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컴퓨터 기반 교육이 보편화돼 있었고 학교가 결정하면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도 있어 비즈니스 환경도 훨씬 유리했다. 그래서 회사를 미국에 세웠고 한국은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는 철저한 리서치를 통해 미국 시장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엔 이미 영어, 수학 소프트웨어가 있었다. 다만 옛날 문제은행 방식의 솔루션이라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안 됐다. 새로운 콘셉트의 소프트웨어라면 미국 선생님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학교육의 표준이 목표

그에게 회사의 목표를 물었다. “디지털 수학 교육의 표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예전엔 고등학교에서 누구나 <수학의 정석>을 봤다. 그 <수학의 정석> 같은 표준을 넘어 세계적 수학교육 회사로 키울 것이다.… 5년 정도 지난 뒤 나스닥 상장을 생각하고 있다.” 그에게 노리의 성공요인을 물었다. “고등학교가 한 반에 40명이라고 할 때 30명은 자는 게 현실이다. 선생님이 강의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사람)가 50%가 넘고 80%는 혼자서 공부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들에겐 자기 페이스에 맞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엄청난 수요가 있는데도 누구도 그 욕구를 채워주려 하지 않았고, 사교육조차 그걸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사교육 시장은 30조원대다. 초중고 수학이 50%를 차지하고 영어가 40%, 기타가 10% 정도다. 그렇지만 (학부모다) 투자한 것에 비해 효과는 없다. 여기서 최고의 선생님이 학생들을 저렴하게 가르치는 것으로 교육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학교와 학원, 집에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미국 역시 해묵은 수학실력 향상이 오래된 과제였으나 누구도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수학교육에 대한 동양의 신비감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고 했다. “2012년 전시 때, 한국에서 왔다니 달리 보고 반겨주었다. 미국 학교에선 싱가포르 매스를 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틈만 나면 한국 교육을 배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만큼 동양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갖고 나서지 마라

김 대표에게 벤처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나는 창업 후 단 하루도 회사 오는 게 싫은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창업은 너무 재미없는 게 현실이다. 경제적으로 부족한 생활을 해야 하니 결혼하고 아기가 있으면 쉽지 않다. 또 1~2년에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분야에 올인 해서 5년은 가야 한다. 열정을 갖고 5년 이상 하면 된다. 정부 지원이 많지만 전문성 없는 곳에 지원하는 것은 문제다. 우리는 학원부터 하면서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해 진입장벽을 쌓았다.

그 누구도 5년 동안 투자한 노하우를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다. 아이디어만 갖고 하는 사업은 누구나 따라잡을 수 있다. 그만큼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도움이 되고 결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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